2015 RISE UP Clinic Recap – Julie

스포츠 경기를 하다보면 때로 퍼포먼스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본질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과 1여 년 한국에서 얼티밋을 하면서 저는 팀 전체는 나몰라라 하고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라든가, 경기 내용은 등한시한 채 승부 자체에만 집착한다든가, 트레이닝을 하는 이유도 모른 채 맹목적으로 드릴을 한다든가, 하는 모습들을 많이 봐 왔습니다. 2015 라이즈업 클리닉은 무엇보다도 ‘얼티밋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짚어주었던 이벤트였다고 생각합니다.

1×7=? 7이 아니라 10!
얼티밋은 내가 10언더파를 치면 곧바로 내 순위가 결정되는 골프와 달리, 7명의 선수들의 퍼포먼스와 서로의 시너지가 팀 성적을 내는 팀 스포츠입니다.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있는 것보다, 일곱 명이 서로 합심하는 것(to be on the same page)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내가 컷을 잘 하고, 내 마크를 잘 수비하고, 내 공간을 확보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상대편에게 공격 기회를 내주거나 우리편의 턴오버가 발생하면, 팀 전체의 실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라 탓하기 바쁩니다.

라이즈업 클리닉에서 마리오는 이런 개인주의적인 시야를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그는 클리닉 내내 헤드-업(heads-up)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는데, 경기 상황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놓고 있으라는 의미입니다. 공격할 때는 냅다 뛸 것이 아니라 이전 컷의 성공 여부와 타이밍을 보고 컷을 이어나갈 것, 수비할 때는 내 마크 하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아니라 경기 전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그래야 우리편 경기에 흐름이 생기고, 역으로 상대편의 경기 흐름을 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소위 ‘게임 센스’가 생기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혼자 열심히 뛰기만 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팀 전체를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던지기는 서투르고, 페이크는 어설프지만 서로 신호를 주고받기도 하고, 누가 도움이 필요한지 눈치를 보기도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쓸데없이 컷하느라 체력을 낭비하는 일도 줄어들고, 두세 명이 페어를 맺어 수비를 하다보니 수비 범위가 넓어지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왜 우리는 그동안 나 혼자 잘하려고 아등바등 애를 썼을까요.

끊임없이 물어라, 왜요? 왜요? 왜요?
클리닉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주로 기대하는 것은 ‘얼티밋을 잘하려면 무엇을(what) 어떻게(how) 해야 하죠?’에 대한 꿀팁입니다. 하지만 마리오는 그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습니다. 정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페이크를 잘해야 한다, 헉은 낮게 던지면 안 된다, 컷은 예리하게 해야 한다, 컷이 실패했을 때 클리어가 더 중요하다 등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가이드는 차고 넘칩니다. 짧은 경력을 가진 선수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요.

하지만 마리오는 집요하게 묻습니다. ‘그걸 왜 해야 하죠?’ 헐.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된 사람들은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우린 한번도 왜(why)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 연습은 연습대로 실전은 따로 놀고, 지난번에는 통했던 전술이 이번에는 무용지물이고, 기본은 알겠는데 응용하려니 막막하죠. 스크리미지를 끝내고 마리오가 했던 한 마디가 떠오릅니다. “한국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과정인데 말이죠.”

클리닉 초반에는 단순히 페이크를 주는 데만 그쳤던 사람들이 이제는 페이크를 두 번 주기도 하고, 페이크 동작 대신 쉬미(shimmy)나 피벗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왜냐면 그들에게는 이제 ‘수비수를 움직여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죠. 아무리 핸들러가 클리어를 하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던 선수들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사이드라인으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모두가 ‘다음 컷을 위해 공간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목표에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이든, 여자이든, 초보이든, 우리 모두는 리더입니다
클리닉을 마무리하면서 마리오를 비롯한 코치진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어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또는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의 경계를 그어 왔습니다. 던지기가 완벽하게 다져지지 않으면 헉은 욕심내면 안 되고, 버티컬 스택을 제대로 습득해야 호리즌탈 전술로 넘어가고, 커터는 커터이고 핸들러는 핸들러라는 인식이 우리의 자신감을 좀먹었습니다.

라이즈업 클리닉은 이런 경계를 허물어버렸습니다. 지금 당장 던지기가 잘 안 되는 사람도 헉을 어느 타이밍에 던져야 하는지, 헉을 던질 때에는 어떤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팀 전체의 퍼포먼스를 올릴 수 있습니다. 던지기는 연습하면서 점차 다듬어지겠지요. 핸들러라는 포지션에 왜 다들 겁을 먹을까요. 주로 커터 포지션을 담당하는 사람도 일단 디스크를 잡으면 핸들러가 되는 것인데요. 오히려 핸들러의 시각에서 경기를 보다 보면 내 컷이 왜 비효율적인지, 오픈사이드 컷 말고도 얼마나 많은 옵션들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초보라 공간 디펜스나 호리즌탈 스택은 꿈도 못 꿔요.’라는 말은 정말 비겁한 변명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보다 잘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요, 남자들이 보통 경기 운영 능력이 더 좋잖아요.’라는 핑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곧바로 잘하지는 못해도 알고 있어야 하고, 해봐야 한다는 마리오의 조언이 마음 속에 깊이 남습니다. 얼티밋은 팀 스포츠이고, 우리 모두는 리더이니까요.

Special thanks to…
이틀 동안 단 일분도 허비하지 않고 얼티밋의 본질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쿠파(KUPA)와 라이즈업(RISE UP Ultimate)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벤트를 운영해 준 데이브와 힐러리, 각자의 장단점을 눈여겨보고 피드백을 준 현지 코치 폴과 닉, 그리고 디스크는 잡아보지도 못하고 한국인들을 위해 목 터지게 통역해준 애니와 캐쉬에게도 감사함을 표합니다.


이 글은 김현주가 작성했습니다. 재미있는 글 감사드립니다!